복지정보 '2013 전국장애인근로 문화재' 산문금상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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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민정 댓글 0건 조회 2,089회 작성일 13-05-31 09:43본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는 최근 근로자의 날을 맞아, ‘2013 전국장애인근로자문화제 시상식’을 개최했다.
장애인근로자문화제는 장애인근로자를 위한 유일한 예술축제로, 장애인근로자의 잠재된 문화예술 역량을 계발하고, 장애인도 근로 주체임을 알려 올바른 장애 인식 개선에 기여할 목적으로 지난 2000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총 389명의 장애인근로자로부터 1033점의 작품을 접수받았으며, 부문별 심사를 거쳐 운문, 산문, 사진, 컴퓨터그래픽·동영상 부문 입상작 총 72점을 선정해 시상했다. 본지는 컴퓨터그래픽·동영상을 제외한 54점의 입상작을 분야별로 소개한다. 산문 분야 금상 수상작이다.
목걸이
서미애(여, 51세, 지체3급, 서울)
구월의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딸과 함께 백화점에 갔다. 액세서리 판매장에는 별, 하트, 네 잎 클로버 등 모양도 다양한 목걸이가 제각각 뽐을 내고 있다. 유리관 앞으로 바짝 다가선 딸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난다.
나는 마음에 드는 목걸이를 고르라고 모처럼 인심을 쓴다. 딸은 대학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먼저 취업이 되었다. 청년들이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느라 몇 해씩 애태우는 마당에 일찌감치 제 전공에 따른 직장을 얻었으니 예쁜 목걸이 하나 선물하고 싶은 것이다.
전시된 목걸이의 줄은 대체로 가늘고 길이는 빗장뼈에 닿을 만큼 단정하다. 딸은 마음에 드는 게 많은지 고민에 빠진다. 옆에서 이것저것 골라주던 나는 그 중 하나를 내 목에도 슬쩍 갖다 대본다. “우와! 잘 어울린다. 엄마도 하나 사.” 딸이 오래된 나의 목걸이도 바꾸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오랜 세월 한결같이 내 목을 지켜준 이 목걸이에는 특별한 사랑이 있다.
스물 몇 해 전일이다.
어느 날, 남편이 심한 고열에 시달리며 앓아누웠다. 좀체 아프지 않고 꾀병도 모르는 사람이 며칠이 지나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병은 놀랍게도 폐결핵으로 밝혀졌고 이미 한쪽 폐가 다 망가질 정도로 깊어 있었다. 온 집안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오십 갓 넘긴 아버님을 같은 병으로 먼 길 보내신 어머니는 젊은 아들마저 잃을까 봐 장탄식을 쏟아내셨다.
남편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일을 쉬고 곧바로 요양에 들어갔다. 가장이 덜컥 몸져누우니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다. 있는 돈을 다 모아 이사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고, 딸이 세상에 갓 태어났기에 몸도 불편한 나는 눈앞이 아득해진 것이다.
그즈음 어머니가 무언가를 꽁꽁 싼 손수건을 내 앞에 내밀었다. 그 안에는 하나뿐인 패물인 당신 회갑 날 선물 받아 난생처음 지녀 본 금목걸이가 들어있었다. 어머니는 몹시 가난한 집의 딸이었고 시댁 살림은 나물죽으로 연명할 만큼 궁색하였다.
쪼들린 살림에 다섯 자녀를 낳아 키우느라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사이도 없이 살아오면서 육십 평생을 그 흔한 구리반지 하나도 끼지 못했는데 소중히 여기던 패물을 살림에 보태라고 선뜻 내 준 것이다.
나는 돈을 벌기로 했다. 문득 예전에 배워둔 니트 옷 만드는 기술이 생각났고, 마침 그런 일을 하는 공장이 집 근처에 있었다. 그렇게 몇 해 동안 나는 힘들게 집안을 이끌어갔다. 그사이 남편은 치료를 잘 받아 마침내 다시 일을 나가게 될 만큼 몸이 좋아졌다.
“어머니, 이거 받으세요. 제가 잠시 보관만 했었어요.”
생활이 안정될 무렵 고이 넣어 두었던 어머니의 패물을 돌려드렸다. 어머니의 귀한 물건을 차마 팔 수 없었다는 나의 말에 몹시 놀란 듯 눈이 동그래졌다.
그로부터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서랍 위에 작은 분홍상자가 놓여있었다. 그 안에는 빨간 산호 메달이 달린 금목걸이가 들어있었다. 당신의 패물 대신 나의 예물을 팔아 썼다는 것을 알았는지 목걸이를 사 오신 것이다. 몸도 불편한 며느리가 몸져누운 남편을 돌보고, 돈벌이에 나서며 집안을 이끄는 모습을 보고 비로소 마음의 빗장을 연 것일까.
이불 속에 푼돈을 모아 둔 것을 마치 내가 남편 몰래 혼자 쓰는 걸로 오해를 하고,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지 말고 당신 필요한 데 쓰라고 한 말을 남편에게 따로 용돈 받는지 떠보는 것으로 여기기도 했던 어머니가 아닌가. 어디선가 언 눈이 녹아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졸졸졸 들리는 듯 했다.
당신은 더 좋은 것을 사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지만, 그 값은 삼 형제가 매달 드리는 용돈의 두 달 치도 넘을 듯해 보였다. 그 돈을 모으기 위해 먹고 싶은 야쿠르트 하나도 침으로 대신 삼켰을 당신. 목걸이는 끝과 끝이 닿을 수 없는 삐죽한 줄이 고리 하나로 만나 둥근 모양이 되었고, 이 귀한 선물은 오래도록 어머니와 나의 마음을 둥글게 모아주었다.
목걸이의 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은 고리들이 서로의 몸을 연결하고 있다.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전통놀이인 강강술래도 목걸이처럼 둥근 모습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색종이 목걸이 또한 작은 고리들이 서로 깍지를 끼고 있다.
형형색색의 색종이 고리는 사람의 마음과 품성이 이처럼 제각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그러한 삶들이 더불어 사는 거라고 얘기해 주는 듯하다.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가끔 드는 야속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던 지난 세월. 스무 해 넘게 한시도 내 목을 떠난 적 없는 목걸이 때문일까. 어느덧 어머니와 나 사이도 단단한 고리로 연결된 것 같다.
나는 사회에 첫발을 딛는 딸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처럼 둥근 마음으로 잘 적응하기를 바라고, 상사와 동료 간에 어떤 갈등을 빚더라도 제 방향만 고집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사실 선물하는 목걸이 속에는 딸이 세상을 둥글둥글 슬기롭게 헤쳐가기를 바라는 내 간절한 염원이 담긴 것이리라. 이러저러한 인연들이 엮이어 사는 우리네 삶도 결국 목걸이처럼 삐죽한 나를 버리고 상대를 둥글게 받아들이는 연습일지도 모르겠다. 둥근 마음은 부딪혀도 상처가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을 딸도 머지않아 알게 되겠지.
번쩍거리는 목걸이가 딸의 하얀 목둘레에서 빛나고 있다. 사회 초년생의 웅대한 꿈이 저기에 담긴 듯하다. 딸의 입가에 번지는 환한 미소를 내 오래된 목걸이가 흐뭇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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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근로자문화제는 장애인근로자를 위한 유일한 예술축제로, 장애인근로자의 잠재된 문화예술 역량을 계발하고, 장애인도 근로 주체임을 알려 올바른 장애 인식 개선에 기여할 목적으로 지난 2000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총 389명의 장애인근로자로부터 1033점의 작품을 접수받았으며, 부문별 심사를 거쳐 운문, 산문, 사진, 컴퓨터그래픽·동영상 부문 입상작 총 72점을 선정해 시상했다. 본지는 컴퓨터그래픽·동영상을 제외한 54점의 입상작을 분야별로 소개한다. 산문 분야 금상 수상작이다.
목걸이
서미애(여, 51세, 지체3급, 서울)
구월의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딸과 함께 백화점에 갔다. 액세서리 판매장에는 별, 하트, 네 잎 클로버 등 모양도 다양한 목걸이가 제각각 뽐을 내고 있다. 유리관 앞으로 바짝 다가선 딸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난다.
나는 마음에 드는 목걸이를 고르라고 모처럼 인심을 쓴다. 딸은 대학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먼저 취업이 되었다. 청년들이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느라 몇 해씩 애태우는 마당에 일찌감치 제 전공에 따른 직장을 얻었으니 예쁜 목걸이 하나 선물하고 싶은 것이다.
전시된 목걸이의 줄은 대체로 가늘고 길이는 빗장뼈에 닿을 만큼 단정하다. 딸은 마음에 드는 게 많은지 고민에 빠진다. 옆에서 이것저것 골라주던 나는 그 중 하나를 내 목에도 슬쩍 갖다 대본다. “우와! 잘 어울린다. 엄마도 하나 사.” 딸이 오래된 나의 목걸이도 바꾸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오랜 세월 한결같이 내 목을 지켜준 이 목걸이에는 특별한 사랑이 있다.
스물 몇 해 전일이다.
어느 날, 남편이 심한 고열에 시달리며 앓아누웠다. 좀체 아프지 않고 꾀병도 모르는 사람이 며칠이 지나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병은 놀랍게도 폐결핵으로 밝혀졌고 이미 한쪽 폐가 다 망가질 정도로 깊어 있었다. 온 집안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오십 갓 넘긴 아버님을 같은 병으로 먼 길 보내신 어머니는 젊은 아들마저 잃을까 봐 장탄식을 쏟아내셨다.
남편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일을 쉬고 곧바로 요양에 들어갔다. 가장이 덜컥 몸져누우니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다. 있는 돈을 다 모아 이사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고, 딸이 세상에 갓 태어났기에 몸도 불편한 나는 눈앞이 아득해진 것이다.
그즈음 어머니가 무언가를 꽁꽁 싼 손수건을 내 앞에 내밀었다. 그 안에는 하나뿐인 패물인 당신 회갑 날 선물 받아 난생처음 지녀 본 금목걸이가 들어있었다. 어머니는 몹시 가난한 집의 딸이었고 시댁 살림은 나물죽으로 연명할 만큼 궁색하였다.
쪼들린 살림에 다섯 자녀를 낳아 키우느라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사이도 없이 살아오면서 육십 평생을 그 흔한 구리반지 하나도 끼지 못했는데 소중히 여기던 패물을 살림에 보태라고 선뜻 내 준 것이다.
나는 돈을 벌기로 했다. 문득 예전에 배워둔 니트 옷 만드는 기술이 생각났고, 마침 그런 일을 하는 공장이 집 근처에 있었다. 그렇게 몇 해 동안 나는 힘들게 집안을 이끌어갔다. 그사이 남편은 치료를 잘 받아 마침내 다시 일을 나가게 될 만큼 몸이 좋아졌다.
“어머니, 이거 받으세요. 제가 잠시 보관만 했었어요.”
생활이 안정될 무렵 고이 넣어 두었던 어머니의 패물을 돌려드렸다. 어머니의 귀한 물건을 차마 팔 수 없었다는 나의 말에 몹시 놀란 듯 눈이 동그래졌다.
그로부터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서랍 위에 작은 분홍상자가 놓여있었다. 그 안에는 빨간 산호 메달이 달린 금목걸이가 들어있었다. 당신의 패물 대신 나의 예물을 팔아 썼다는 것을 알았는지 목걸이를 사 오신 것이다. 몸도 불편한 며느리가 몸져누운 남편을 돌보고, 돈벌이에 나서며 집안을 이끄는 모습을 보고 비로소 마음의 빗장을 연 것일까.
이불 속에 푼돈을 모아 둔 것을 마치 내가 남편 몰래 혼자 쓰는 걸로 오해를 하고,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지 말고 당신 필요한 데 쓰라고 한 말을 남편에게 따로 용돈 받는지 떠보는 것으로 여기기도 했던 어머니가 아닌가. 어디선가 언 눈이 녹아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졸졸졸 들리는 듯 했다.
당신은 더 좋은 것을 사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지만, 그 값은 삼 형제가 매달 드리는 용돈의 두 달 치도 넘을 듯해 보였다. 그 돈을 모으기 위해 먹고 싶은 야쿠르트 하나도 침으로 대신 삼켰을 당신. 목걸이는 끝과 끝이 닿을 수 없는 삐죽한 줄이 고리 하나로 만나 둥근 모양이 되었고, 이 귀한 선물은 오래도록 어머니와 나의 마음을 둥글게 모아주었다.
목걸이의 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은 고리들이 서로의 몸을 연결하고 있다.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전통놀이인 강강술래도 목걸이처럼 둥근 모습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색종이 목걸이 또한 작은 고리들이 서로 깍지를 끼고 있다.
형형색색의 색종이 고리는 사람의 마음과 품성이 이처럼 제각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그러한 삶들이 더불어 사는 거라고 얘기해 주는 듯하다.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가끔 드는 야속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던 지난 세월. 스무 해 넘게 한시도 내 목을 떠난 적 없는 목걸이 때문일까. 어느덧 어머니와 나 사이도 단단한 고리로 연결된 것 같다.
나는 사회에 첫발을 딛는 딸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처럼 둥근 마음으로 잘 적응하기를 바라고, 상사와 동료 간에 어떤 갈등을 빚더라도 제 방향만 고집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사실 선물하는 목걸이 속에는 딸이 세상을 둥글둥글 슬기롭게 헤쳐가기를 바라는 내 간절한 염원이 담긴 것이리라. 이러저러한 인연들이 엮이어 사는 우리네 삶도 결국 목걸이처럼 삐죽한 나를 버리고 상대를 둥글게 받아들이는 연습일지도 모르겠다. 둥근 마음은 부딪혀도 상처가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을 딸도 머지않아 알게 되겠지.
번쩍거리는 목걸이가 딸의 하얀 목둘레에서 빛나고 있다. 사회 초년생의 웅대한 꿈이 저기에 담긴 듯하다. 딸의 입가에 번지는 환한 미소를 내 오래된 목걸이가 흐뭇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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