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보 수급신청 안 한 ‘송파 3모녀’의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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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아람 댓글 0건 조회 2,708회 작성일 14-03-05 10:33본문
주요 매체, 사실상 세 모녀에게 책임 떠넘기기식 보도
복지부 ‘일제조사' 대책에 "본질 왜곡" 지적도
‘송파구 3모녀 자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몇몇 일간지와 방송에서는 세 모녀가 수급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는 식의 보도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수많은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있는 현행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BS <뉴스8> 보도 화면. ⓒSBS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일 ‘세 모녀의 자살…예산 100조 복지제도 알렸다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갑자기 실직하거나 중병을 앓게 됐을 때는 '긴급 복지 지원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모녀는 신청을 하지 않았고 구청도 이들의 절박한 사정을 알 수 없었다”라면서 “도움이 필요할 경우 복지콜센터 129로 문의하거나 주민센터를 찾아달라”라는 정부의 입장을 소개했다.
SBS 뉴스8도 지난달 28일 ‘떠나간 세 모녀…복지급여 신청만 했어도’라는 기사에서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해 신청하지 않는 사람도 상당수로 추정된다”라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 홍보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즉, 국가의 복지제도는 충분한데 빈곤층의 정보부족이 문제라는 식의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들 세 모녀가 받을 수 있었던 복지혜택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긴급 생계비 月 88만 원 받을 수 있었는데…’라는 기사에서 “팔을 다친 박씨가 올 2월 들어 수입이 없어졌기 때문에 기초수급자가 될 자격이 생겼다”라면서 “3인 가정의 현금 지원액 월 108만 원 중 근로능력이 있는 둘째 딸의 추정소득 60만 원을 뺀 액수인 48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둘째 딸이 정부 자활사업에 참여할 경우 정부 지원액 59만 원과 자활 소득 70만 원을 합쳐 월 129만 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었으며, 실직 등 위기에 빠진 가정을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에 의해 88만 원의 생계비를 우선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기초생활보장 관련 전문가들은 세 모녀가 실제로 수급 신청을 했더라도 수급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 모녀의 죽음과 관련해 '한국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 대안 마련을 위한 긴급좌담회 무엇이 세모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나'가 지난 3일 늦은 2시 국민기초생활보장지키기연석회의 등의 주최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렸다.

▲3일 열린 '한국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 대안마련을 위한 긴급좌담회'의 모습.
이날 좌담회에서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허선 교수는 “긴급복지지원제도는 실제로 주소득자의 사망 또는 구금되거나 화재 등 큰 사고가 났을 때에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세 모녀에게 적용될 가능성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또 “그나마 서울의 경우 서울형 기초보장제도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지만, 근로무능력자를 중심으로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근로능력이 있는 세 모녀에게 적용되기는 힘들다”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의 가장 핵심적인 공공부조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해 세 모녀가 보호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발표자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팔을 다친 어머니 박씨가 기초생활수급을 받으려면 만성질환판정을 받아야 한다”라면서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팔을 다친 것 정도로는 만성질환으로 인정되지 않아, 판정받기까지 최소 2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설령 만성질환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부양의무자인 두 딸이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정되면 수급을 받을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첫째 딸의 경우 당뇨와 고혈압으로 일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제때 병원에 다니지 못해 의료기록이 없어서 ‘근로 무능력’ 판정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면 두 딸에게 추정소득 120만 원이 잡혀 수급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개정안대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맞춤형 개별급여가 된다면 어떨까? 김 사무국장은 “정부 개정안대로 라면 150만 원의 소득이 있던 세 모녀는 일단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주거급여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3인 가구 기준으로 최대 24만 원만 지원될 뿐이고, 여기에 자기부담금 명목으로 부과된 금액을 빼고 나면 세 모녀가 받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복지부는 세 모녀 자살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기존 복지제도를 알리고 단순히 연계하는 차원의 대책만을 내놓은 상황이다.
복지부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3월 한 달간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일제조사를 벌여 보험료체납자, 단전·단수가구, 쪽방 지역, 최근 복지급여 신청 후 탈락 가구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긴급지원, 기초생활보장제도, 민간후원 등 공공·민간 지원으로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1년 당시에도 공중화장실에서 생활하는 3남매 사건이 보도된 이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일제조사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를 지시했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다.
당시 일제조사를 통해 지원된 건수는 총 4005건이었지만, 이 중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한 지원은 1186건에 그쳤고 나머지는 긴급복지, 사회서비스, 지자체지원, 민간후원 등 일시적인 지원만이 이뤄졌을 뿐이다. 오히려 같은 시기 복지부가 부양의무자 일제조사를 벌여 기존 수급자를 대거 탈락시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빈민단체들은 현재 박근혜 정부 역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복지부정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부정수급 색출에만 행정력을 ‘올인’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몇몇 언론의 보도와 복지부의 대책은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왜곡된 해결책으로 이끈다”라면서 “근본적으로 부양의무제 폐지를 통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자체가 복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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