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보 자립(自立)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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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아람 댓글 0건 조회 1,697회 작성일 14-01-23 14:10본문
보통 비장애인들이 갖는 자립(自立)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면 이렇다.
부모의 곁을 떠나 다른 이에게 도움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 거기에 하나 더 더해 보면 제 손으로 벌어 소비하는 것. 이 것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자립의 형태이다.
장애인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결코 잘못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짜 자립은 여기에서 그치면 안 된다. 필자는 위에 언급한 형태의 자립은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모순일 순 있겠지만 왜 이런 생각을 가지는지 글을 통해 풀어가려 한다.
외국의 경우를 보자. 미국의 경우 보통 만 16세가 되면 자녀들이 부모 곁을 떠나 독립을 한다. 그리고 드라이빙 라이선스(Driving Licence) 취득 자격 역시 만 16세 부터 가진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도 여간하면 만 21세 이전에 독립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타국의 이런 선례들을 보고도 좋다고만 여길 뿐 시행하지 못한다. 시행하지 못하면서 왜 좋아 보인다고 여기는 걸까? 늦은 나이까지 자녀들 뒷바라지가 어려워서? 아닐 것이다.
여느 국가나 부모의 자식 사랑은 넘치지만 그 중에 대한민국 부모님들의 자식 사랑은 세계 탑(Top) 급이다. 아마 문화적 차이 때문 아닐까 싶다.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네 부모님들 생각일 테니까.
장애인들의 자립 또한 이 같은 이유에서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자립의 문제는 이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
앞서 타국의 케이스를 좋게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그건 다름 아니라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있다. 그럼 그들은 왜 그렇게 할까?
자녀를 믿기 때문이다. 생각 해 보자. 18살 아이가 정말 다 컸을까? 모자란 부분이 정말 많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 나이 때 사춘기를 겪고 자아의 변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어긋나고 비뚤어져 나갈 수 있다. 부모의 케어가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놓아줄 수 있는 것은 자녀에 대한 굳건한 신뢰 때문이다.
설사 잘못 된 길을 가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올 거라는…, 그리고 그마저도 본인의 인생이란 생각이 이른 나이에 독립이 이루어지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한 독립심. 이것이야 말로 모두가 가져야 할 자립 형태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 가지는 오해 때문이다.
서두에 흔히 떠올리는 자립 형태는 ‘부모의 곁을 떠나 다른 이에게 도움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라 했는데, 바로 이 점이다. 스스로 서는 일 자립.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독립심을 가져야 하는 건 맞지만 결코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 독립이 아니다.
도움을 받더라도 자신의 삶에 있어 책임감을 갖고 그 안에서 자유롭고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은 자립한 사람이다.
영화 ‘언터쳐블:1%의 우정’의 주인공 필립은 사지마비 장애인이다. 그는 하루 24시간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감 넘치며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타인을 통해서이지만 편지도 쓰고, 우편물 정리도 꼼꼼히 하며 갤러리도 가고, 패러글라이딩도 즐긴다.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모두 그를 존경한다.
우리는 스스로 맨 올무에 걸려 넘어질 때가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난 자립을 못했다’며 자책할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갖고 당신 안에 있는 자유함을 누리는 것이 진짜 자립의 시발(始發)점이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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