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보 ‘다름과 차이’, 국제 장애인 인권전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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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아람 댓글 0건 조회 2,102회 작성일 13-12-03 13:15본문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로 일하다가 부당해고를 당한 후 지금은 장애인인권예술연대 도와지(圖와 知) 대표를 맡고 있는 안태성 교수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11월 27일부터 세계장애인의 날인 12월 3일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국제장애인인권전을 열고 있다.
안태성 대표는 "장애인의 구석에 몰린 인권과 아픔을 말하고 싶어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하며, '다름과 차이'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였다.
장애인은 이 사회에 존재하는 한 구성원이고, 동정의 대상도 아니며, 극복이나 제거의 대상도 아니다.
김대성 한국장애인연맹(DPI) 회장은 “다양한 차이가 공유되는 소통의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복한 재단 정하균 이사장은 “차이가 아닌 다름이어야 한다."며, 그것을 잘 드러내는 분야가 바로 예술이라고 하였다. 차이는 상하가 존재하며, 다름은 단지 같지 않을 뿐이니 손상을 통해 발생되는 것을 ‘차이’라 하지 않고 ‘다름’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지 않다고 무시되어서는 안되며, 더욱 존중되고 인정되어야 하고, 완전한 한 인간이라는 같음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얼굴생김이 다름과 같이 다양성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대표는 행사 도록에 게재된 축사를 통해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하지 말자는 슬로건이 아니라 차이를 없애지 않는 것이 차별이라는 슬로건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이번 전시회는 과거 국내의 인권만화전이나 작품 전시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 첫째는 미국과 영국, 일본 작가들이 참여하여 국제적 교류를 시도하였다는 점이다. 단지 작품 전시만이 아니라 외국 인권 화가들이 내한하여 참관자들과 많은 인권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나 뒤풀이 행사를 통해 많은 경험과 세계적 인권예술의 흐름을 소개해 주었다.
또 하나의 특색은 종합미술전시로 변했다는 것이다. 만화에서부터 추상화, 사진작품, 비구상과 도예, 설치미술까지 선보였다.
안태성 대표의 작품은 “분노”이다. 장애인이 되어 장애를 수용하는 과정에서의 분노는 “그 많은 사람 중에 하필 왜 내가 이런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분노가 있다.
이러한 분노는 선천성인 경우는 부모가, 후천성인 경우는 장애인 당사자가 느낄 것이다.
그러나 안태성 대표의 분노는 장애를 수용하고 난 후 사회가 장애를 만들고 제약을 두어 억압하는 것에 대한 분노일 것이다.
장애인들은 그러한 분노를 일상생활에서 항상 느끼고 살기에 흥분되고 격양된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을 모난 성격 탓으로 여기기 쉽다. 그 분노는 억압에 대한 몸부림이며 고통에 대한 호소인 것이다.

▲ 안태성 작가 작품 '분노'. ⓒ서인환
남성적 감정 표현의 강렬함과 직설적 표현에 비해 그의 부인인 이재순 부인의 작품은 여성적이며 매우 어둡고, 깊은 물 속에 침잠한 장애여성의 "몽환‘을 말하고 있다.
물고기처럼 자유롭고 싶고 유유히 헤엄치는 안식과 자유를 누리고 싶지만 인간은 물 속에서는 살 수 없는 것처럼 마치 죽은 한 인간으로 창백한 얼굴로 가라앉아 있다.
한 장애여성이 몽환을 통하여 물고기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익사하여 물고기의 관찰 대상이 된 듯한 끔찍함마저 생각하게 한다.
이 행사의 주최자가 부부 화가여서 그런지 유독 이번 전시 참가 화가들은 부부화가가 많았다.

▲ 이재순 작가 작품 '몽환'. ⓒ서인환

▲ 홍윤하 사진작품 '무재'. ⓒ서인환
홍윤하 사진작가는 ‘다양한 시선’ 사진협회 회원이다. 중앙대 영상예술 전공자로서 장애인 당사자로 많은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출품 작품은 국제휠체어테니스대회에서 하지 절단 장애를 가진 아프리카 선수가 공을 날리는 모습을 순간 포착하여 작품화하였다. 고속카메라를 이용하여 노출시간을 줄임으로써 생동감 있는 영상을 얻어낸 것이다.
장애인이지만 하지 못할 일이 없으며, 장애를 불능으로 보는 사회에 대하여 깨우침을 주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 김기한의 설치미술 '소원을 말해 봐'. ⓒ서인환
뉴욕 주립대를 수료하고 강원도 횡성 폐교에 내려가 해오름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박형필 작가는 나무와 철, 플라스틱을 이용하여 두 다리 사이에 바퀴를 단 모습과 컴파스와 같이 된 의족을 묘사하여 서로 다른 재료의 융합을 통하여 다름과 차이를 표현했다. 누구는 달리는데, 또 다른 누구는 다람쥐처럼 원을 그리며 쳇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징하였다.
장애와 인권예술인연대 김기한 작가는 설치미술 “소원을 말해 봐”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단상과 마이크를 설치하고 바닥에는 수많은 틀니들을 조합하여 뇌세포를 표현하기도 하고 물음표를 그리기도 하면서 매일 그 모양이 다르게 하였다.
이는 언어표현의 한 기관으로, 우리는 말하는 것을 속어로 ‘이빨을 깐다’고 한다. 그런데 그냥 이가 아닌 틀니다. 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틀니를 선택했을 수도 있으나, 이가 없이 틀니를 사용하는 사람을 통하여 다름을 표현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언어를 틀니로 상징하면서, 언어를 사고하는 뇌를 표현하였지만 인간은 그 말을 모두 전할 수도 없고 듣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또한 물음표를 표현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의문을 표현하여 언어장애인의 답답함과 소통의 어려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소원을 말하라고 하지만 사실은 외면하고 이루어주려 하지 않는 차가움을 통하여 차이를 표현하려고 한 것 같이 느껴진다.
박형필 작가의 부인으로 도자기공예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윤귀섭 작가는 어느 날 도자기를 굽기 위해 가마 속에 불을 지폈는데, 열이 너무 높아 도자기가 제 모습을 잃고 허물어져 자신만이 일그러진 것이 아니라 옆에 있던 자기가 무엇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도록 변해 버린 작품을 보고 그것을 모아 한 자리에 놓으니 오히려 더 작품성이 있고 조화로움을 발견했다고 한다.
제목은 ‘무제’이지만 장애는 새로운 개성이며 가치로움에 있어 독특성을 가진 존재로서 대접을 받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 운귀섭의 작품 '무제'. ⓒ서인환
예술의 전당 교수를 역임하고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초대부터 연속 3회 특선을 차지한 황석봉 교수는 캔버스의 평면을 탈피하여 스티로폼을 이용하여 휘게 함으로써 곡면을 구사하였다.
이는 곡면을 통하여 마치 곡면 텔레비전을 보듯이 생동감을 더하도록 하였으며, 곡선의 부드러움을 통하여 영혼의 자유를 상징하고자 한 것이다.
제목 ‘심신일여’를 통하여 인간은 영혼에 있어서 가치적 차이가 없으며, 이를 통하여 모든 인간의 존엄함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곡면의 캔버스 안에 여러 영혼을 모자이크 처리하듯 흐리게 표현하여 크기와 모양조차 달라도 차이의 의미가 없음을 나타냄으로써 다름으로써 동질성을 갖는다는 진리를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 불교미술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상용 작가는 원 속에 부를 상징하는 성과 무한함을 상징하는 우주, 그리고 태아를 인간으로 표현하여 자궁 속의 우주를 통하여 인간의 윤회와 평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제목은 “위일 수 없는 영역‘과 ’아래일 수 없는 영역‘이다.
프랑스 유학파인 중견화가 김중식은 “마르린먼로와 달항아리”,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달항아리” 두 작품을 병렬로 연결하여 달항아리에 디자인된 두 얼굴을 통하여 무엇을 담느냐의 문제일 뿐, 다 같은 항아리가 아니겠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수채화 화가인 우진아 화가는 “드라마-공존2"라는 작품을 출품하였는데, 자갈밭 속에 던져진 한 송이 꽃을 그렸다. 사회에 던져진 한 생명이 척박한 곳에서 말라가야 하는 운명을 장애와 사회환경에 비추어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한다.
화려한 대학 강의 경력을 가진 김상수 작가는 “공존의 시간"이란 작품을 통하여 네 마리 강아지의 다양한 모습을 통하여 모두가 귀엽고 생기 있는 모습들임을 나타냄으로써 다양성을 표현하려고 하였다.
유학파이자 국제 퍼포먼스 활동으로 유명한 한호 작가는 “영원한 빛-이화에 월백하고‘를 출품하였다.
이 작품은 설치예술로서 이화와 월백을 그린 그림에 작은 구멍을 수없이 내어 뒤에서 빛을 통과하도록 하여 작품을 만든 다음, 그림을 보는 관객의 다가오는 위치에 따라 ’저리 가세요‘, ’도와 주세요‘ , ’이리 오세요‘라고 말하도록 장치하였다.
관계는 거리이며, 거리의 근접성에 의하여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빛은 누구나 영원을 찾듯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향 또는 관계와 거리의 문제는 영원한 과제라는 함축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권승 작가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의 추억‘이라는 작품을 제작하면서 소재로 목장갑을 선택하였다. 장갑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생산하는 한 품목이기도 한 것이다.
이 목장갑을 뭉쳐서 서로 연결하여 캔버스를 만들고 그 위에 물감을 뿌려 분주하고 소란스러운 작업풍경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장애인의 노동권에서 장애인은 열약한 환경 속에서 별도로 작업장을 통하여 분리되고 격리된 환경에서조차 노동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치와키 구르미자와 작가는 계단을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하였는데, 어두움 속의 문 밖에 보이는 작고 가파른 계단을 통하여 현재의 암울함과 희망의 가능성의 먼 거리를 표현하였다.
또, 원형 계단을 톱니로 표현하여 위험하고 불안한 장애인들의 아픔을, 접시를 포갠 듯 곡선으로 이루어진 계단을 통하여 그림의 떡이라는 장벽을, 길고 좁은 복도 끝의 가파른 계단을 통하여 힘들고 막힘을 표현하려고 하였다.
“from there on'이라는 그의 작품은 부인과 합작하여 공동으로 작업한 만화적 은유 작품이다.

▲ 치와키 구르미자와 작품 'from there on'. ⓒ서인환
미국작가 토드 홀로우백은 검은 사각의 육면체를 보는 각도에 따라 단순 사각으로도 볼 수 있음을 표현하여 ‘다를 뿐 사실은 같은 물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하여 두 상을 비교할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었다.
그 외에도 일본에 그림공부를 하기 위하여 유학을 갖다가 현지에 정착한 이선주 화가 작품 ‘메모리’(알에서 깨어나 자유로이 날고 싶은 내면을 표현), 후지와라유사구의 데칼코마니(다르지만 같은 것이며 다양성이 더 존재감을 준다는 것이며 다름을 이유로 차별함은 과실임을 표현), 세베 유사코의 ‘united', 2012년 부암 갤러리 초대전을 통하여 한국에 소개된 바 있는 제너럴 루이스의 작품 ’sprit' 등의 작품도 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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