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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보 ‘찰칵’ 희망찍는 사진작가의 남 모를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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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아람 댓글 0건 조회 1,905회 작성일 13-08-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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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째 영정사진 봉사 중인 시각장애1급 시태훈씨
할머니 그리워 봉사 시작금전적인 어려움 크다
 
 


▲시각장애인 사진사 시태훈씨.



"
, 찍습니다!” ‘찰칵’.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등촌9단지종합사회복지관 안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20명의 어르신들은 저마다 고운 한복들을 챙겨 입고 몸단장을 하느라 한창이다.
 
그 중심에는 엉거주춤한 포즈로 카메라를 잡고 있는 시태훈씨(47, )가 있다.
 
어설픈 포즈로 그가 카메라를 잡을 때면, 뒤에서 지켜봐주는 이도 눈에 띈다. 그는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걸까.
 
죽음의 끝에서 시작한 취미=사실 태훈씨는 사진을 찍기 매우 힘든 장애를 가진 상태다. 왼쪽 눈은 아예 보이지 않은 상태며, 그나마 남은 오른쪽 눈을 의지하며 생활을 하고 있는 시각장애1급인 것.
 
오른 쪽 눈도 10cm 정도의 근접한 위치의 물체만 구별 가능한 정도다. 거기에 더해 태훈씨는 지적장애 3급과 간질병까지 갖고 있다.
 
이런 태훈씨의 겉모습을 봐서는 사진과는 도무지 매치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벌써 8년째 사진과의 인연을 쌓고 있는 베테랑이다. 벌써 비장애인 사진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많은 공모전, 대회에서 상도 여럿 타고, 인정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게 된 것은 함께 살던 어머니가 4년 전에 돌아가시고, 제가 간질로 인해 쓰러진 적이 많았어요. 도로에서 막 쓰러지고 그러니까 타인들이 신분증을 도용하고, 신용불량자로 만들어버리고,, 힘들어서 죽으려고 몇 번 자살시도까지 했어요. 그런데 병원에서 취미생활을 가져보라더군요. 그게 8년 전이네요.”
 
시각장애인에게 취미생활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큰 난제를 가지고 태훈씨는 지역신문을 뒤지던 중, 실로암복지관의 시각장애인 사진 교실을 찾게됐다. 그렇게 시작한 사진교실. 태훈씨 이외에 4명의 동료들과 함께 했지만, 태훈씨는 그중 가장 중증의 시각장애를 갖고 있어, 처음에는 따라가기 너무 힘들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이다 보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다른 분들 보니까 소리나 냄새로 방향을 잡아서 찍더라구요. 일반 시각장애인 경우, 자원봉사자들이 따라다니면서 피사체를 맞춰주고 셔터만 누르게끔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간질 때문에 계속 손이 떨리기 때문에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아요.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있어요. 노하우요? 순간적으로 피사체를 맞춰줘 셔터를 누르는거요. ”
 
계속 손을 떠는 태훈씨에게는 노력밖에 답이 없었다. 한 장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수 십여장의 사진을 찍고, 또 찍는다. 지난해 공모전 대상 수상을 통해 받은 카메라 한 대가 태훈씨의 가장 큰 자산이자, 행복이다.
 
남들에게는 희망을, 그는 지옥=하지만 현실 속 태훈씨의 생활은 힘겨움 그 자체였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작은 임대 아파트에 홀로 살고 있는 그는 간질 때문에 병원비가 800만원 가량 빚이 남아있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합친 총 58만원의 수입 중 매달 30만원을 병원 빚으로 갚아가고 있는 것.
 
남은 28만원으로 생활비는 물론, 취미생활비용까지 대고 있다. 그런 와중에 태훈씨는 지난 2008년인 5년 전부터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자원봉사까지 자비로 해나가고 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형제들에게 장애인이라고 무시당하면서 살아왔어요. 그런 중에 할머니가 잘 챙겨줘서 많이 친했어요. 할머니가 너무 그리워서 영정사진을 찍게 됐구요. 지금도 형제들은 만나지 않아요. 보고는 싶은데, 글쎄요, 그쪽에서 반겨하지 않을꺼예요, 정이 전혀 없어요.”
 
그렇게 처음 찾아간 곳은 동네 노인정. 영정사진을 찍는 봉사를 하고 싶다고 담당자에게 말을 전했지만, 돌아온 답은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찍냐, 못 믿겠다는 말 뿐이었다.
 
그래서 태훈씨는 그 자리에서 6명만 찍어보겠다고 제안했고, 사진을 받아본 어르신들의 만족감에 5년째 자원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서 여기저기 연락이 많이 왔어요. 지금 현재는 서울, 경기 지역만 다녀요. 지방도 다니고 싶은데, 자비로 다녀야 하기 때문에 사실 너무 힘든 게 현실이에요. 몇 일전에도 지방의 무료급식소에서 찍어달라고 연락이 왔는데, 그 쪽 형편상 교통비를 지원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못 갔어요.”



▲ 등촌9단지종합사회복지관 영정사진 자원봉사에서 태훈씨를 도와주고 있는 활동보조인.


5년간 영정사진 봉사모두가 '부모'=5년간 태훈씨가 찍은 어르신들은 12천명. 사진을 찍지 않으면 우울증이 온다는 태훈씨는 어르신들을 부모라 여기며 정성스럽게 셔터를 누른다.
 
기자와 함께한 등촌9단지종합사회복지관 자원봉사에서도 태훈씨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아파트 방송을 통해 찾아온 20명의 어르신이 그의 카메라 앞에서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한 사람당 약 10컷의 촬영이 끝난 후, 태훈씨는 그 자리에서 포토프린터를 통해 사진을 뽑아 보여드린다. 태훈씨는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못 미더워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사진을 찍고 한 장 한 장 뽑아드려서 보여드려요. 그러면 모두들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태훈씨의 사진을 받아본 어르신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너무 예쁘다”, “사진 기술이 너무 좋다”, “대통령 감이다며 태훈씨를 향한 칭찬을 보냈다.
 
올해 여든살이 됐다는 이희옥 어르신도 너무 잘 나왔어요. 예전에 다른 곳에서 영정사진을 찍었는데 너무 별로라 다시 찍었는데 이번에 너무 만족입니다. 너무 감사해요라며 태훈씨 곁을 떠나지 않았다.
 
"지방에도 자원봉사 가고파"=그런 태훈씨의 뒤에서 묵묵히 바라봐주는 활동보조인 원곡례씨의 역할도 크다. 앞이 보이지 않는 태훈씨를 대신해서 어르신들의 머리 손질, 단정을 도우며 표정들을 살핀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까지 어르신에게 집중한 원씨는 촬영이 끝나면, “수고하셨어요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2시간 여 남짓, 20명의 어르신의 촬영이 끝나자 태훈씨의 얼굴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보통 20명 정도의 어르신들을 찍어요. 기뻐해주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신나고 보람차죠. 시각장애인 분들 중에도 사진 찍기를 원하시는 분들 많아요, 문제는 비싼 카메라 때문이예요. 저도 처음엔 똑딱이 카메라로 시작했거든요. 지방으로 자원봉사를 많이 가려면 후원이 필요한데, 아직은 많이 힘들어요. 그것이 아직 저에게 남은 과제죠.”
 
태훈씨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지원금 지원 대상에 추천받아 심사에 들어간 상태다. 어설픈 포즈의 사진쟁이태훈씨의 셔터가 멈추지 않길 함께 기원한다.
 
 

▲태훈씨가 찍은 사진을 받아보고 웃음 짓는 어르신



▲ 태훈씨의 집안 벽을 가득 채운 직접 찍은 사진들




▲시각장애인이 사진 찍는 것을 못 미더워 하시는 분들을 위해 항상 포토프린터를 챙기는 태훈씨




▲ 사진 촬영이 끝난 후, 태훈씨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는 이희옥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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