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보 ‘나’ 세상과 더불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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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민정 댓글 0건 조회 1,669회 작성일 13-06-12 11:29본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는 최근 근로자의 날을 맞아, ‘2013 전국장애인근로자문화제 시상식’을 개최했다.
장애인근로자문화제는 장애인근로자를 위한 유일한 예술축제로, 장애인근로자의 잠재된 문화예술 역량을 계발하고, 장애인도 근로 주체임을 알려 올바른 장애 인식 개선에 기여할 목적으로 지난 2000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총 389명의 장애인근로자로부터 1033점의 작품을 접수받았으며, 부문별 심사를 거쳐 운문, 산문, 사진, 컴퓨터그래픽·동영상 부문 입상작 총 72점을 선정해 시상했다. 본지는 컴퓨터그래픽·동영상을 제외한 54점의 입상작을 분야별로 소개한다. 산문 분야 입선 수상작이다.
‘나’ 세상과 더불어 간다
이승옥(여, 50, 뇌병변1급, 경기)
이른 새벽보다는 늦은 저녁을 선호하는 나에게 부엉이를 닮은 야행성 기질이 있나보다.
이제 9개월, 나는 혼자 사는 세상 초년생이다.
혼자라는 자유를 만끽하는 반면 두려움과 공허함으로 가끔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뇌병변 1급 중증장애의 내가! 스스로는 겨우 밥숟가락을 입으로 떠 넣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갑자기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들이 두렵고, 암담하다.
남들보다 조금은 느리고 짧은, 하루를 시작하라고 몽롱한 정신을 깨우는 휴대전화 벨소리에 감사하며 하루를 연다.
안녕하세요? 하시는 활동가 선생님의 웃음 담은 목소리에 둔한 몸을 움직인다.
잠자리에서 휠체어로 옮겨 앉아 화장실 용변을 보는 일에서부터 일거수일투족 도움 받아야 살 수 있는 ‘나’, 그래서 더 활동가 선생님의 손길에 고마움을 느낀다.
매주 수요일 장애인 종합복지관 글쓰기 수업을 받으러 가는 것 외에도 은행일 보기, 장보기를 비롯해 한 달간에 생활비를 알뜰하게 계산하는 일에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하다.
‘옷은 무슨 색, 어떤 것을 입을까?!’, ‘점심은 뭘 해 먹어야 맛있을까!?’, ‘집에 사야할 물건은 없나?!’ 꼼꼼히 둘러본다.
사야할 품목을 하나하나 적으며 활동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외출 준비를 한다.
3일, 일주일, 한 달 간격으로 먹을 부식들과 재료들을 준비하며 살아있다는 행복과 나도 무엇인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일에 감사한다.
장애인도 사회 속에 한 일원으로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자신의 의지로 삶을 가꾸며 타의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결정하고 오롯이 혼자 책임져야 하는 일에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나이 50이 넘었음에도 버겁고 무섭다.
30년 가까운 시설 생활과 13년의 떠돌이 그룹 홈 생활, 그리고 7년간 부모님과의 가정생활, 모두가 나에게는 낯설고 불안한 날들이었다.
언제나 타의에 의해서 살아지는 나의 삶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가치 없는 삶이었다. 무의미하고 안일한 삶, 더디고 지겹게만 느껴졌던 하루하루가 싫었다.
동물 아니 인간이면서도 동물과 같은 먹고, 자고, 배설하는 것이 전부였다. 외출하는 것, 물건 사는 것 외식 하는 일들까지 타의에 의해서 주어지는 나의 삶은 중증장애라는 또 다른 이름하에 ‘나, 이승옥’은 포기해야했다.
형제들은 출가해 각자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데...
70이 넘어 헐떡이는 심장에 호흡을 막는 굳어버린 혈전처럼 부모님께 끈적끈적 달라붙어 사는 나의 하루하루는 마음과는 다른 습관적인 미안함과 겉치레의 죄송함 뿐 이었다. 잠이 드는 밤이면 깨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어리석은 생각은 나의 가라앉은 생각과 몸뚱이를 더 무겁게 했다.
나는 비장애인들과 같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교통사고나 불의의 상해를 입은 장애와는 무관하다.
나는 7개월짜리, 조산으로 뇌의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뇌병변이라는 장애를 갖게 되었다. 세상에 눈을 뜨기 전부터 입게 된 장애 때문인지 나에 대한 모든 것이 대수롭지 않았다.
중도 장애인과는 다르게 단지 불편함의 일부분일 뿐, 마음만은 편안했다.
사회에서 자신을 굳히고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던 사람들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되면 5년, 10년, 20년 아니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정할 수 없어 힘들어 한다는데 나는 그들에 비하면 행복한 사람이다.
스스로의 이성이 판단되기 전 부모님의 결정에 의해 시설에 맡겨져 30년 가까이 가족과 인연의 끈이 끊긴 채 모르고 살다가 갑작스레 나타난 가족의 서로의 생사를 확인시키며 후미진 가슴 한켠 모습조차 알 수 없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서러움과 원망으로 바꿔 놓았다.
고등교육과 나름 어려움 없이 지내 온 가족들은 막연히 기대해 온 것과는 다른 나에겐 너무나 과분한 가족이었다.
부모님은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어린 나를 떼어 놓을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셨다고 하지만 30년 가까운 시간에도 별 반 나아지지 않은 내 장애를 받아들이기 힘드셨던 거 같다.
35년을 교직과 공직에 계시면서 당신들의 생각 외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분들에게 나라는 존재는 당신들의 인격에 해를 가하는 느낌이 드셨던가보다.
나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이었을까? 다른 형제들에게는 다정다감하시면서 유달리 나에게는 냉정하시고, 야멸치게 대하셨다.
다시 인연을 맺은 후에도 집 안의 사정으로 10~15년 방황하며 시설과 그룹 홈을 오가다가 2012년 1월, 6년의 시간을 기점으로 부모님에게서 독립을 했다.
단 한 순간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살 수 없었던 내가 과감하게 독립을 선언하니 호적에서 이름도 파가지고 나가라는 부모님과 연로하신 부모님을 1월 엄동설한에 내버리고 나간다는 형제들의 참을 수 없는 협박과 무시에도 굽히지 않고 독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 활동가 서비스 제도의 도움이 제일 컸다.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활동가 서비스 제도가 좀 늦은 편이긴 하지만, 꼭 함께하는 가족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의지, 자유와 선택의 권리가 배제되는 덩치 큰 시설이 아닌, 중증의 장애로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들의 행보에 발맞추어 동행이 되어주는 활동가지원 제도에 보다 많은 중증의 장애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나는 세상물정 모르는 새댁처럼 활동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설거지를 한다. 미끄러운 비누 거품에 와장창 그릇 깨기도 따 놓은 당상이지만 살림하는 기분도 쏠쏠하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는지 알 수 없지만, 오늘을 감사하며 기쁨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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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근로자문화제는 장애인근로자를 위한 유일한 예술축제로, 장애인근로자의 잠재된 문화예술 역량을 계발하고, 장애인도 근로 주체임을 알려 올바른 장애 인식 개선에 기여할 목적으로 지난 2000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총 389명의 장애인근로자로부터 1033점의 작품을 접수받았으며, 부문별 심사를 거쳐 운문, 산문, 사진, 컴퓨터그래픽·동영상 부문 입상작 총 72점을 선정해 시상했다. 본지는 컴퓨터그래픽·동영상을 제외한 54점의 입상작을 분야별로 소개한다. 산문 분야 입선 수상작이다.
‘나’ 세상과 더불어 간다
이승옥(여, 50, 뇌병변1급, 경기)
이른 새벽보다는 늦은 저녁을 선호하는 나에게 부엉이를 닮은 야행성 기질이 있나보다.
이제 9개월, 나는 혼자 사는 세상 초년생이다.
혼자라는 자유를 만끽하는 반면 두려움과 공허함으로 가끔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뇌병변 1급 중증장애의 내가! 스스로는 겨우 밥숟가락을 입으로 떠 넣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갑자기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들이 두렵고, 암담하다.
남들보다 조금은 느리고 짧은, 하루를 시작하라고 몽롱한 정신을 깨우는 휴대전화 벨소리에 감사하며 하루를 연다.
안녕하세요? 하시는 활동가 선생님의 웃음 담은 목소리에 둔한 몸을 움직인다.
잠자리에서 휠체어로 옮겨 앉아 화장실 용변을 보는 일에서부터 일거수일투족 도움 받아야 살 수 있는 ‘나’, 그래서 더 활동가 선생님의 손길에 고마움을 느낀다.
매주 수요일 장애인 종합복지관 글쓰기 수업을 받으러 가는 것 외에도 은행일 보기, 장보기를 비롯해 한 달간에 생활비를 알뜰하게 계산하는 일에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하다.
‘옷은 무슨 색, 어떤 것을 입을까?!’, ‘점심은 뭘 해 먹어야 맛있을까!?’, ‘집에 사야할 물건은 없나?!’ 꼼꼼히 둘러본다.
사야할 품목을 하나하나 적으며 활동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외출 준비를 한다.
3일, 일주일, 한 달 간격으로 먹을 부식들과 재료들을 준비하며 살아있다는 행복과 나도 무엇인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일에 감사한다.
장애인도 사회 속에 한 일원으로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자신의 의지로 삶을 가꾸며 타의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결정하고 오롯이 혼자 책임져야 하는 일에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나이 50이 넘었음에도 버겁고 무섭다.
30년 가까운 시설 생활과 13년의 떠돌이 그룹 홈 생활, 그리고 7년간 부모님과의 가정생활, 모두가 나에게는 낯설고 불안한 날들이었다.
언제나 타의에 의해서 살아지는 나의 삶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가치 없는 삶이었다. 무의미하고 안일한 삶, 더디고 지겹게만 느껴졌던 하루하루가 싫었다.
동물 아니 인간이면서도 동물과 같은 먹고, 자고, 배설하는 것이 전부였다. 외출하는 것, 물건 사는 것 외식 하는 일들까지 타의에 의해서 주어지는 나의 삶은 중증장애라는 또 다른 이름하에 ‘나, 이승옥’은 포기해야했다.
형제들은 출가해 각자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데...
70이 넘어 헐떡이는 심장에 호흡을 막는 굳어버린 혈전처럼 부모님께 끈적끈적 달라붙어 사는 나의 하루하루는 마음과는 다른 습관적인 미안함과 겉치레의 죄송함 뿐 이었다. 잠이 드는 밤이면 깨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어리석은 생각은 나의 가라앉은 생각과 몸뚱이를 더 무겁게 했다.
나는 비장애인들과 같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교통사고나 불의의 상해를 입은 장애와는 무관하다.
나는 7개월짜리, 조산으로 뇌의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뇌병변이라는 장애를 갖게 되었다. 세상에 눈을 뜨기 전부터 입게 된 장애 때문인지 나에 대한 모든 것이 대수롭지 않았다.
중도 장애인과는 다르게 단지 불편함의 일부분일 뿐, 마음만은 편안했다.
사회에서 자신을 굳히고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던 사람들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되면 5년, 10년, 20년 아니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정할 수 없어 힘들어 한다는데 나는 그들에 비하면 행복한 사람이다.
스스로의 이성이 판단되기 전 부모님의 결정에 의해 시설에 맡겨져 30년 가까이 가족과 인연의 끈이 끊긴 채 모르고 살다가 갑작스레 나타난 가족의 서로의 생사를 확인시키며 후미진 가슴 한켠 모습조차 알 수 없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서러움과 원망으로 바꿔 놓았다.
고등교육과 나름 어려움 없이 지내 온 가족들은 막연히 기대해 온 것과는 다른 나에겐 너무나 과분한 가족이었다.
부모님은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어린 나를 떼어 놓을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셨다고 하지만 30년 가까운 시간에도 별 반 나아지지 않은 내 장애를 받아들이기 힘드셨던 거 같다.
35년을 교직과 공직에 계시면서 당신들의 생각 외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분들에게 나라는 존재는 당신들의 인격에 해를 가하는 느낌이 드셨던가보다.
나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이었을까? 다른 형제들에게는 다정다감하시면서 유달리 나에게는 냉정하시고, 야멸치게 대하셨다.
다시 인연을 맺은 후에도 집 안의 사정으로 10~15년 방황하며 시설과 그룹 홈을 오가다가 2012년 1월, 6년의 시간을 기점으로 부모님에게서 독립을 했다.
단 한 순간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살 수 없었던 내가 과감하게 독립을 선언하니 호적에서 이름도 파가지고 나가라는 부모님과 연로하신 부모님을 1월 엄동설한에 내버리고 나간다는 형제들의 참을 수 없는 협박과 무시에도 굽히지 않고 독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 활동가 서비스 제도의 도움이 제일 컸다.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활동가 서비스 제도가 좀 늦은 편이긴 하지만, 꼭 함께하는 가족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의지, 자유와 선택의 권리가 배제되는 덩치 큰 시설이 아닌, 중증의 장애로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들의 행보에 발맞추어 동행이 되어주는 활동가지원 제도에 보다 많은 중증의 장애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나는 세상물정 모르는 새댁처럼 활동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설거지를 한다. 미끄러운 비누 거품에 와장창 그릇 깨기도 따 놓은 당상이지만 살림하는 기분도 쏠쏠하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는지 알 수 없지만, 오늘을 감사하며 기쁨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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