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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보 이젠 또 다른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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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민정 댓글 0건 조회 1,889회 작성일 13-05-3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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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는 최근 근로자의 날을 맞아, ‘2013 전국장애인근로자문화제 시상식’을 개최했다.

장애인근로자문화제는 장애인근로자를 위한 유일한 예술축제로, 장애인근로자의 잠재된 문화예술 역량을 계발하고, 장애인도 근로 주체임을 알려 올바른 장애 인식 개선에 기여할 목적으로 지난 2000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총 389명의 장애인근로자로부터 1033점의 작품을 접수받았으며, 부문별 심사를 거쳐 운문, 산문, 사진, 컴퓨터그래픽·동영상 부문 입상작 총 72점을 선정해 시상했다. 본지는 컴퓨터그래픽·동영상을 제외한 54점의 입상작을 분야별로 소개한다. 산문 분야 가작 수상작이다.

이젠 또 다른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문광만(남, 42세, 시각1급, 경기)

2012년 5월 15일 그날은 앞으로 제가 살아가며 절대 잊지 못할 날이 될 것 같습니다. 그날도 저는 점자와 컴퓨터를 가르치기 위해 시각장애인협회로 나갔습니다.

교육장에 도착을 하니 점자와 컴퓨터 수강생이 각 교실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노래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가 말입니다.

저는 너무 당황스럽고 또 감격을 해서 두 눈에서는 어느 새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과연 스승의 자격이 있을까? 그리고 이분들에게 더 열심히 가르쳐야 하겠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서 용솟음쳤습니다.

그리고 재활을 하면서 점자와 컴퓨터를 배운 생각을 하니 그때의 심정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1996년 포도막염 발병으로 1999년 시력을 잃고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아니 시각장애인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만 지키고 있었던 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던 2009년 시각장애인협회를 우연히 알게 되어 그곳에서 점자를 배우며 저의 삶이 바뀌었습니다.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점자를 배우며 시각장애인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시각장애인도 컴퓨터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점자와 컴퓨터 이 두 가지를 배우면서 저의 삶은 그저 미래도 없는 절망적인 삶에서 무언가 할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삶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점자를 배우면서 내가 이런 것 을 꼭 배워야 하나 하는 좌절감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때 점자 선생님이 저에게 점자를 배워 맹학교에 진학 하라고 하셨습니다. 안마와 침을 배워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당당하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제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제가 당당하게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크나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맹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점자를 알아야 한다기에 무척이나 점자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외우고 읽혀지지도 않는 점자를 수도 없이 만졌습니다. 아마도 제 평생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본 적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점자가 서서히 제 손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한 줄 읽는 것이 1시간에서 30분 그리고 1분 점점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한 페이지를 읽는데 4분 정도까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점자를 읽는 시간이 줄어들어서도 행복했지만 그동안 혼자서 책도 읽지 못하는 문맹자에서 이젠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저를 무척이나 기쁘게 했습니다.

처음 완벽하게 책 한 페이지를 읽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점자를 배우고 저는 2009년 서울맹학교에 입학시험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과연 합격을 할 수 있을까? 실명을 하고 처음으로 치러보는 시험이라 무척이나 가슴조이며 합격자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합격자 발표를 하고 합격 소식에 기뻐했고 거기에다 제가 수석으로 입학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복지관에서 재활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협회에서 일주일에 두 번 교육을 받은 저로서는 사실 합격 여부도 무척이나 걱정을 했는데 수석이라는 사실에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저에게 점자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서도 함께 기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수고했다며 함께 눈물도 흘려주셨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리지 못했습니다. 점자를 배우면서 저는 컴퓨터도 함께 공부를 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컴퓨터를 한다는 이야기는 저를 너무 가슴 설레게 한 것입니다. 혼자서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마치 거짓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음성프로그램을 받고 공부를 해가며 상상 했던 이야기가 점점 현실이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시흥시는 시각장애인이 컴퓨터를 배울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모기업에서 운영하는 컴퓨터 교실이 있었습니다. 회원가입을 하고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혼자서 컴퓨터를 공부했습니다.

컴퓨터도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음성프로그램이 이해가 가질 않아 강사 선생님께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전화를 해가며 선생님을 괴롭히며 컴퓨터를 공부했습니다. 그 선생님도 시각장애인이신데 늘 자상하게 답해주시는 모습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컴퓨터도 시간이 지나자 제법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글을 쓰고 메일을 보내고 음악을 듣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던 저에게는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메일을 혼자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컴퓨터 선생님께 한 통의 편지를 썼습니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그리고 앞으로 사회복지를 공부하여 저와 같이 중도실명자들을 위해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대학원의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원격대학원으로 인터넷으로 공부도 할 수 있고 이동에 불편이 있는 시각장애인이 공부하기는 적당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과연 내가 대학원 공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격려와 저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기에 과감히 대학원 입학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운이 좋았던지 다행히 합격을 하여 저는 2010년 맹학교와 대학원 두 가지를 공부하는 고등학생과 대학원생이 되었습니다.

눈이 보였다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 비록 시각장애인이지만 이 현실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맹학교와 대학원 입학을 하고 공부를 시작하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사는 시흥시에서 맹학교가 있는 삼각지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대학원 수업을 듣고 공부를 마무리하면 거의 12시가 다되어 끝이 났습니다.

처음에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어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제가 이른 새벽에 학교를 다니고 늦게까지 공부를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제가 이젠 배움을 통해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저를 버티게 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학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녔습니다. 왠지 하루라도 빠진다면 저의 의지가 꺾이는 것 같아 결석을 하기는 너무나 싫었습니다. 결국 혼자 통학 하면서 2년 개근을 해내기도 했습니다.

학교생활도 저에게는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이료 과목이 낯설기도 했지만 내가 사람의 몸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하고 또 자랑스럽게 까지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감동적인 것은 시각장애인 선생님들의 사랑어린 지도 때문이었습니다. 당신들도 안보이기에 우리 학생들에게 더 애정을 갖고 사회에서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은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스승의 의미를 알게 해주신 분들이었습니다.

대학원 공부도 처음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교수님들 그리고 동기들이 보이지 않는 저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무난히 해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 입학식 때 보이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 서러워 눈물을 흘린 적이 있습니다.

자기소개는 하지 못하고 앞에 서서 눈물만 흘렸습니다. 몇 분을 그렇게 있자 동기들이 박수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여기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안 보이는 제가 더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가자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저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저는 동기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을 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어느새 2년 반의 시간이 모두 지나갔습니다. 작년 2월 맹학교를 졸업하고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대학원도 작년 8월에 졸업하여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는 중에 시흥시 시각장애인협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중도실명자들에게 점자와 컴퓨터를 가르쳐 주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감히 누굴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점자와 컴퓨터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을 생각했습니다. 같은 시각장애인으로 안타까워했던 그 마음 그리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애쓰셨던 그분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나도 이젠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 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3월부터 점자와 컴퓨터를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점자 수강생 4명 그리고 컴퓨터 수강생 4명 이렇게 8명이 저의 첫 제자가 되었습니다. 연령도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망은 모두가 한 결같이 뜨거웠습니다. 컴퓨터는 자판부터 그리고 점자는 ㄱ부터 교육이 시작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배우기가 어렵고 힘들었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점자 수강생들은 작년에 모두 맹학교 진학에 성공을 하였습니다.

저도 점자를 가르치면서 이런 게 보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합격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주었습니다. 제가 맹학교 합격했을 때 저의 점자 선생님이 해주신 것처럼 말입니다.

컴퓨터 수강생들도 비록 눈은 안 보이지만 자판부터 시작해서 컴퓨터를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어느 분들은 지금 인터넷까지 무리 없이 해나가고 있습니다. 정보와는 단절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분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세상과 소통하고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은 같은 시각장애인으로서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로가 안 보인다는 공통점으로 배우기는 어렵지만 서로가 믿어주고 아껴주고 믿어주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분들에게 점자와 컴퓨터를 지도하면서 희망을 이야기 했습니다.

안보여도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고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저도 점자와 컴퓨터를 배우면서 얻었던 희망이 있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그 관계 속에서 도움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저는 재활 과정에서 선생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 저도 그 도움 받은 것을 다른 분들에게 돌려주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누군가가 저로 인하여 새로운 꿈을 가지고 재활에 성공한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작년에 점자를 배운 수강생들은 맹학교의 재활을 통하여 새로운 삶을 열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를 배운 분들도 더 새로운 것을 얻어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제 올 한 해도 또 다른 누군가가 점자를 그리고 컴퓨터를 배우러 올 것입니다. 저는 새롭게 오는 그 분들에게도 언제나 희망을 이야기 할 것입니다. 안 보여도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그리고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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