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보 [인권] 사망사건 발생한 시설에서 구조된 학대 피해 장애인들, 또다시 거주시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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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해경 댓글 0건 조회 1,305회 작성일 20-06-12 11:25본문
- 장애계, 경기도와 평택시에 ‘탈시설계획 수립과 거주시설 신규 입소 금지’ 요구
그러나 이날 회의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장애계가 기습적으로 찾아가 “학대 피해 장애인 16명 모두 전원조치가 아닌 탈시설 지원 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하면서 회의가 무산된 것이다. 이 자리에는 경기도 장애인복지과 장애인권익지원팀과 평택시 장애인시설팀, 그리고 권익옹호기관 등 8개 기관이 참석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회의장에 기습 방문하자 회의를 주관하던 송남영 경기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회의에 초대받지 못한 분들은 나가달라”라면서 막아섰다. 이에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회의 내용이 궁금해서 찾아왔다. 회의자료에 있는 학대 피해자 지원계획을 설명해줄 수 있느냐"라고 말했지만 이러한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박경석 이사장은 “학대 피해 장애인 지원계획에 수용시설 전원조치 내용이 하나라도 있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하면서 “경기도와 평택시에 전원조치가 아닌, 즉각 탈시설계획 수립을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서울시는 2016년부터 장애인거주시설 신규 입소를 금지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금부터라도 신규입소를 멈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서울에서 신규입소를 막아봤자, 경기도에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경기도에 장애인 수용시설이 유독 많은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회의해야 하니 나가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던 송남영 관장은 결국 회의 중지를 선언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두 시에 시작한 회의는 20분을 넘기지 못하고 중단됐다. 회의가 끝나는 동시에 자료도 회수됐다. 하지만 장애인 활동가들은 경기도와 평택시에 권익옹호기관의 학대 피해 장애인 지원 계획에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에 남상길 경기도 장애인복지과 장애인권익지원팀 주무관은 “16명에 관해서 ‘전원조치 시키겠다, 또는 자립시키겠다’ 이런 답변은 내가 못한다”고 답했다. 이에 활동가들이 “혼자서 결정 못 한다는 입장은 알겠으니 내일까지 답해달라. 이재명 도지사는 뭐하나”라고 대꾸했고, 남 주무관은 “국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라고 말하고는 회의장에서 나갔다. 심현정 경기도 평택시 노인장애인과 주무관 또한 말없이 이야기만 듣다가 회의장소를 빠져나갔다.
- 권익옹호기관, ‘피해자 16명 중 14명 전원 조치’ 의견 낸 것으로 드러나
비마이너가 입수한 ‘학대 피해 장애인 지원계획 회의자료’에는 학대 피해 장애인 16명의 자립 욕구 조사에 대한 결과가 매우 간략하게 담겨있다. 이 자료는 권익옹호기관이 작성했다.
이 자료에서 ‘피해 장애인 본인 의사’에 따르면, 장애인 16명 가운데 자립을 원하는 사람은 한 명이며, 가정 복귀 및 자립 의사는 두 명, 다른 시설로의 전원을 원하는 사람은 4명, 욕구 파악이 어려운 사람은 9명이다.
권익옹호기관은 ‘피해 장애인의 가족’에게도 장애인의 자립 욕구에 관한 의사를 조사했다. 그러나 가족 중 장애인의 자립을 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무연고자 한 명을 제외한 15명 가족 중 상당수인 13명이 ‘다른 시설로 옮기길 원한다’고 밝혔으며, 2명은 가정복귀를 희망했다.
자료 마지막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권익옹호기관의 의견이 덧붙여져 있다. 권익옹호기관은 16명 중 자립지원 계획은 단 두 명뿐이라고 밝히며 △시설 전원 5명 △체험홈(그룹홈) 등 중간시설 7명 △병원(요양병원) 2명 △가정복귀 0명으로 의견을 냈다.
이날 회의 참석자인 권달주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비마이너와 통화에서 “권익옹호기관은 수요조사만 하면 되는데 전원조치에 대한 의견까지 내세웠다. 권익옹호기관이라는 곳에서 탈시설 정책에 벗어나는 행동을 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시설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립 욕구 조사가 제대로 이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권 대표는 “당사자 욕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원조치한 사례가 이미 대구 희망원 등 다른 지역에서 수없이 있었다”라면서 “그릇된 욕구 조사는 시설을 유지하는 핑계로 이용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가 탈시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지역에서 장애인이 자립생활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경기도가 자립생활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시의 경우, 장애인 학대가 발생한 루디아의 집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가 나온 지 3개월 만에 시설 폐쇄뿐만 아니라 사회복지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내리고, 거주인 50명에 대한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 계획을 현재 고심하고 있다. 즉, 지자체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시행 가능하다.
한편, 권 대표는 “회의 당일 받은 자료는 30장 정도로 꽤 두꺼웠다. 회의를 진행하지 못해 관련 내용을 다시 확인하지는 못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평강타운 관련 학대피해장애인 모두 무사히 지역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경기도와 평택시 행보를 주시하며 계속 압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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